아파트보면 베란다가 있잖아요?왜 궂이 배란다를 만들었을까요?(2)

부노트 bunote.com

아파트보면 베란다가 있잖아요?왜 궂이 배란다를 만들었을까요?(2)[편집]

아파트보면 베란다가 있잖아요..?왜 궂이 배란다를 만들었을까요??        

답변 :
한겨레 신문에서 퍼온 글입니다.

아파트의 베란다는 주로 빨래를 너는 장소나 장독대, 혹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엔 아예 베란다 구석에 창고를 마련해 두기도 하지만, 그 창고 안에도 들어가지 않는 덩치 큰 물건들, 이를테면 싫증난 런닝 머신이나 고장 난 전축, 낡은 옷장 등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너무 구닥다리인 물건들을 쌓아두는 장소로 사용된다. 바지런한 살림꾼 주부가 있어 철철이 장을 담아두는 장독대로 쓰거나 오밀 조밀한 화분을 갖다 놓고 손바닥 정원으로 꾸미는 경우는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라 하겠다.

본디 서양 주택에서는 테라스나 발코니가 발달하였는데, 그것이 아파트에 적합하도록 변형된 형태가 베란다이다. 아직 우리에겐 그 쓰임새가 생소하지만, 테라스나 발코니, 베란다의 본래 용도는 휴식을 위한 것이다. 영화에서 가끔 보이는 대로 그 곳에 작은 티 테이블을 놓고 식후에 차를 마시며 한담을 하거나 바깥 경치를 감상하기 위한 장소였다. 이 때 바라 보이는 풍경이 좋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우리 나라 아파트 단지에서 바라다 보이는 경치라야 맨 똑 같은 아파트 뿐이니 별로 볼 게 없어 장독대나 빨래 너는 장소로 사용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아파트 내부의 인테리어 공사라도 할 라치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베란다 개조이다. 즉 베란다를 터서 거실을 넓게 쓰는 것이다. 심지어는 새 아파트를 분양하는 모델 하우스에 가 보아도 거개가 베란다를 미리 터서 거실을 넓어 보이게 하고 있다. '실제로는 베란다로 시공됩니다'라는 아주 작은 팻말과 함께.


불 났을때 베란다가 없다면

사실 베란다를 개조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 자살 행위와 다름 없을 정도로 위험한 행위이다, 고층 아파트에서 베란다의 가장 주된 용도는 화재가 났을 때의 피난용이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 화상을 입어 사망하는 줄로 알지만, 실제 화상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개 연기나 유독 가스에 질식되어 사망한다.


화재가 났을 때 아파트의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연기와 유독가스의 굴뚝 역할을 한다. 불이 나면 우선 건물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관문을 나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 간다.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없이 위험하다. 이미 굴뚝이 된 계단에는 많은 사람들이 유독가스를 마신 채 뒤엉켜 쓰러져 있고, 요행 엘리베이터를 탔다 한들 화재로 인한 정전으로 엘리베이터는 연기가 가득 찬 허공에 멈추어 설 것이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났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더기로 죽어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경우,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것은 피난 통로가 아니라 신선한 공기이다. 베란다로 나가 거실과 연결된 유리문은 꼭 닫고 바깥과 연결 된 창은 활짝 열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유리문과 콘크리트 벽은 법적으로 ‘2시간 방화벽’이기 때문에 아무리 부실 공사를 했더라도 최소한 30분 정도는 열기와 유독 가스를 차단해 줄 것이며, 소방차는 10분 이내에 달려 올 것이다.


베란다에서 손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으면, 마치 한적한 길가에 홀로 서 있는 여자에게 야타족이 다가 오듯이 고가 사다리를 장착한 소방차가 다가와서 구조를 해 줄 것이다. 단 ‘소방용 주차 금지 구역’에 누군가가 얌체같이 차를 세워놓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만. 다시 말하지만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났을 경우 대피는 엘리베이터나 계단이 아닌, 베란다를 통해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진과 그로 인한 화재가 빈번한 일본의 경우에는 베란다 개조는 말할 것도 없고, 베란다 외부에 창을 다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일본의 베란다는 바깥 창도 없이 완전히 뚫린 공간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무슨 용기로 베란다를 터서 거실로 사용하는지, 아니 선량한 시민과 인테리어 업자는 베란다가 그런 용도로 사용되는지 미처 몰라서 그렇게 한다고 쳐도, 국내 유수의 건설 회사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만무한데, 어찌 모델하우스마다 베란다를 터서 시범 전시를 해 놓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파트 베란다의 또다른 용도

아파트에서 화재가 나는 것은 아주아주 확률이 낮은 일일 테니, 나는 조금이라도 집을 넓게 쓰기 위해 베란다를 트겠다는 사람을 위해 또 다른 효용 한가지를 말해 보겠다. 햄 버거 사이의 고기 패티처럼 실내 공간과 실외 공간의 사이에 끼인 베란다는, 여과와 완충의 역할을 한다. 외부의 소음과 먼지를 한번 여과하고, 여름의 뜨거운 일사와 겨울의 차가운 바깥 공기에 대한 완충 작용을 한다. 여름의 모자와 양산이 햇빛을 차단하고, 겨울의 장갑과 목도리가 한기를 차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실제 베란다가 없다면 매우 시끄럽고 집 안에 먼지가 많을 뿐 아니라 냉난방비도 많이 들 것이다.


그래도 집이 너무 좁아서 베란다를 터야 겠다면, 최소한 피난용 베란다 하나만은 남겨 두는 것이 좋다. 가장 넓은 창이 있는 거실 베란다가 적합할 것이다. 되도록 깨끗이 치워 놓는 것이 중요하다. 헌 옷가지나 헌 책, 낡은 가구 등은 쉽게 불이 옮겨 붙는다. 모든 도구와 물건을 제 용도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다. 베란다를 개조하겠다고? 아서라 말어라, 평상시에는 휴식이나 조망용으로, 그리고 긴급시에는 피난용으로 사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베란다이다.


연관글[편집]

아파트보면 베란다가 있잖아요?왜 궂이 배란다를 만들었을까요?

아파트보면 베란다가 있잖아요?왜 궂이 배란다를 만들었을까요?(1)

아파트보면 베란다가 있잖아요?왜 궂이 배란다를 만들었을까요?(2)

아파트보면 베란다가 있잖아요?왜 궂이 배란다를 만들었을까요?(3)